30년 경력 부여 표정국 씨

[한국농어민신문 최영진 기자] 

표정국 농업인이 노균병이 발생한 H 품종 시금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표정국 농업인이 노균병이 발생한 H 품종 시금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시금치 농사를 30여년 지었지만 이렇게 노균병이 생긴 적이 없었습니다.”

9일 찾은 충남 부여 장암면 석동리. 이곳에서 30여 년간 시금치를 재배해 온 표정국 씨의 온실 20동엔 노균병으로 얼룩덜룩한 시금치가 곳곳에 위치했다. 수확기를 맞았음에도 노균병이 발병하자 제대로 된 값을 못 받고 인력비용 등 손해만 더 커질 게 불 보듯 뻔해 수확을 포기한 것이다.

표 씨는 “노균병에 저항이 있다고 해 A업체의 H 품종을 300㎏ 구매하고 10월 10일경 파종 했는데, 11월부터 모든 시금치에 병이 발생했다”며 “재배에 투입된 비용만 800만원에 달하지만 본전은 고사하고 화주가 노균병으로 인해 정상품을 솎아내는 게 더 일이라며 거래를 포기해 2200만원 손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H품종 심은 온실 ‘모두 발병’, 수차례 방제도 소용 없어같은 동네 10여 가구 피해

이런 문제는 표 씨 밭과 인접한 곳에서 같은 H 품종을 재배한 오중식·김종만 농업인에게도 나타났다. 두 농가도 모두 표 씨와 마찬가지로 십수 년 간 시금치를 재배해 왔지만, 올해 H 품종으로 바꾸면서 노균병이 발생했다.

오씨는 “20동의 온실에 10월 5일경 파종한 시금치에서 노균병이 생겼고, 피해를 호소하는 농가가 우리 동네만 10여 가구에 달한다”며 “노균병 방제약도 4번이나 쳤고 예년과 똑같이 철저히 관리했는데, 다른 품종과 달리 H 시금치의 생육이 불량한 건 종자 자체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H 품종을 12동의 온실에서 재배한 김 씨 또한 “앞서 재배한 ‘열정’·‘토벨로’ 시금치와 달리 H 품종에만 노균병이 생겼다”면서 “업체는 날씨 탓만 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석동리 일대에서 재배 중인 A사의 또 다른 F 품종엔 노균병이 전혀 문제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따져 물었다.
 

다른 품종은 멀쩡“종자 문제로 생육 불량” 주장에 업체는 “관리 탓, 보상 어려워”

실제로 이들과 같은 석동리에서 재배되고 있는 다른 품종의 시금치를 둘러본 결과 노균병 발생 흔적이 없었다. 파종 시기도 비슷했고 재배환경도 같았지만 노균병 발생 여부는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이들은 “F 품종을 구매하려했지만 조달에 어려움이 있다며 종자 판매사가 H 품종도 노균병에 강하고 품질이 우수하다고 추천해 선택한 것”이라며 “하지만 판매업체는 문제가 발생하자 어떠한 조치 없이 기온 등 기후 영향과 농가 관리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관련 업체 측 관계자는 “시금치 품종마다 노균병 병원체 레이스(내병성)가 다른 탓에, F품종엔 발생하지 않은 노균병이 H품종엔 생기는 등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며 “날씨가 따뜻했던 탓에 노균병이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며, 병이나 생리장애로 인한 피해는 보상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종자업계는 노균병 레이스는 1~19개로 많고 품종마다 보유 중인 병 저항성이 조금씩 다른 만큼 업체 측의 설명대로 H 품종에만 병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도 종자 증식 과정에서 저항성이 없는 모본이 잘못 들어가는 등의 문제로 노균병에 취약한 품종이 만들어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피해 농가들은 품질 문제로 판단되는 만큼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국립종자원에 해당 종자에 대해 시험 분석을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국립종자원 관계자는 “분쟁 종자 시험 분석 제도를 운영 중인 만큼 관련 내용이 접수되면 확인할 계획”이라며 “다만 병 관련 사안은 생장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수 개월가량 시간이 소요 된다”고 말했다.

최영진 기자 choiyj@agrinet.co.kr

출처;한국농어민신문https://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3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