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지난해 11월 5일 충남 서천군 마산면 다랑논에서 한 농민이 콤바인으로 나락을 베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전국 모든 벼 농가에 ‘재배면적 감축 통지서’를 발송하려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송미령, 농식품부)가 농민과 지자체의 저항에 한발 물러났다. 다만 농가별 통지서 발송 계획만을 철회했을 뿐, ‘8만ha’라는 감축 목표와 농가 구속 장치는 건재해 논란의 소지는 남아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 21일 ‘통지서 발송’ 계획 철회를 공식화했다. “농민들이 농가 통지를 의무감축으로 오해해 불필요한 정책 반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책의 큰 틀은 바꾸지 않았다. 기존엔 총 8만ha의 감축 목표면적을 지자체마다 할당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엔 8만ha 목표만 제시한 채 전면적인 ‘지자체 자율 감축’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벼 재배면적 감축은 정부가 아니라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농민들을 독려하게 된다. 감축 방법은 기존과 같이 휴경, 타작물 재배, 친환경 벼 전환 등을 모두 인정하며 최근의 농지규제 완화 정책기조를 반영한 듯 ‘농지전용’이라는 유형을 새로 명기했다. 또 친환경 벼 전환의 경우 기존엔 별다른 단서조항이 없었지만 이번엔 ‘실감축면적의 5분의1만 실적으로 인정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물론 자율 감축이라 해서 문자 그대로 자율은 아니고, 농식품부가 참여 지자체와 농가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우선 ‘불참 농가 공공비축미 배제’라는 기존의 자극적 표현은 빠졌지만, 정부가 감축실적이 우수한 지자체에 공공비축미를 우선 배정하고 부진한 지자체엔 차등 감축할 계획이다. 정책 집행의 명분과 효율을 고려하면 결국 기존의 계획처럼 참여 농가에만 공공비축미가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전략작물산업화·고품질쌀유통활성화·벼매입자금 등 정부 사업에도 감축 농가와 우수 지자체·농협을 우대한다.
참여 인센티브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불참 페널티에 가까운 장치들이다. 특히 농식품부 스스로 “기본직불금 감액은 첫 시행인 점을 고려해 2025년은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히며 내년 이후 불참 농가에 대한 기본직불금 페널티 부여 계획을 거리낌 없이 밝히고 있다.
농민단체들은 정부 의지가 담긴 강압적 정책을 지자체 간 경쟁으로 풀어내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정책 수정안에 여전히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명기, 쌀협회)는 즉각 성명을 내 “50만 벼 농가에 감축 면적을 개별 통보하겠다 했다가 농민·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지자체에 전가하겠다고 한다. 더 비겁하고 치졸하고 무책임하다”며 “지방정부에게 자해정치, 농민과의 분열정치, 관련 예산 수립까지 전가하는 막장까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8만ha 감축으로 예상되는 감축량은 현재 수입되는 40만8700톤의 수입쌀 양과 동일하다. 필요 없는 쌀 수입을 중단하면 되는 것을 대한민국 농민의 영농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엄청나 쌀협회 정책위원장은 덧붙여 “8만ha 감축은 일곱 차례의 밀실 회의에서 결정한 것이다. 한 번도 그 필요성에 대해 공개 토론을 거치지 않은 만큼 처음부터 다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농식품부는 오는 2월 5일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정책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후 2월 초까지 시도·시군구별로 유형별(농지전용·친환경·타작물·휴경 등) 벼 면적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시군구-시도-농식품부 3단계 이행점검을 해 나갈 방침이다.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http://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6202 |